성관계를 가질 때마다 여성이 통증을 느낀다면 아무리 사랑하는 이의 요구라 해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경우 성교통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할 수 있다.
대부분 윤활액 부족이나 염증, 자궁내막증 등 질환이 원인이지만 더러는 성기의 크기나 모양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남성의 음경은 큰데 여성의 질 입구가 작아서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대표적이고, 이외에 휘어진 음경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크기가 문제인 경우는 곧바로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휘어진 음경의 경우는 남성만의 문제이므로 간과하기 쉽다.
전에 사귀던 남자와의 성관계에서는 별문제가 없었는데, 지금 만나고 있는 결혼할 남자와의 성관계에서는 삽입통증을 느낀다는 미혼여성이 있었다. 그는 성관계 시 윤활액이 잘 나오는 편이었고 성교통을 유발할 만한 특별한 질환도 없었다. 그래서 “남자는 문제가 없나요” 하고 물었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성기가 휘어졌던데…”라고 말했다. ‘음경만곡증’에 의한 성교통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모든 음경은 조금씩 휘어져 있다. 휜 정도는 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알 수 없고 발기가 돼야 알 수 있는데 아래로 휘는 경우가 약 80%, 좌우로 휘는 경우가 약 20% 정도 된다. 이렇게 휜 성기를 ‘음경만곡증(페이로니병·Peyronie’s disease)’, 일명 ‘바나나성기’라고 하는데 100명 중에 한두명꼴로 발생한다.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 손상에 의한 원인이 있다. 후천적 손상은 대부분 외상에 기인하는데 무리한 자위행위, 과격한 성관계, 사고 등으로 인해 음경백막이 손상을 입어 생긴다. 그 외에 당뇨병이나 지나친 흡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며 젊은 층보다 중년에서 많이 생긴다.
지나치게 휜 음경은 성관계 때 여성의 질벽을 자극해 통증을 느끼게 하고, 자신도 불편함을 느껴 발기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휜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제대로 삽입이 되지 않아 음경 골절의 위험성도 있다. 또 사랑하는 애인에게 바나나처럼 휜 성기를 보인다는 자체가 부끄러워 성생활을 기피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돼 심인성 발기부전이 오기도 한다.
음경이 휘어졌다고 모두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약간 휜 정도는 별다른 치료 없이 지켜보든가, 비타민E 복용이나 스테로이드, 베라파밀(verapamil) 주사요법 등을 제한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휜 정도가 30도 이상이거나 위의 사례처럼 성관계에 지장을 주는 경우, 또 심리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점점 더 휘어지는 경우는 수술요법이 필요하다.
후천적 음경만곡증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도 중요하다. 성교나 자위 도중에 음경을 구부린다든지 압박을 주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체위도 좋지만 신체에 무리를 주는 체위는 피해야 한다.
특히 ‘로데오 섹스’는 음경 골절을 일으키기 쉬운 체위다. 이것은 누워 있는 남자가 앉아 있는 여자의 등을 보면서 삽입성교 하는 것을 말한다. 행위 도중 음경이 빠지게 되면 재삽입할 때 여성의 엉덩이에 압박을 받아 골절될 가능성이 커진다. 아내가 별다른 이유 없이 성교통을 호소하면 한번쯤은 자신의 음경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