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기간은 결혼한 부부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시기일 것이다. 그런데 행복에 젖어 있어야 할 이 시기에 남모르는 고민에 빠지는 부부들이 있다. 대부분은 성문제가 원인인데 남성에게 갑자기 발기 장애가 생겼거나 여성의 질경련(vaginismus)으로 첫날밤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경우다.
발기 장애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초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료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질경련은 너무나 생소하고, 또 병으로 의식하지 않아 치료를 받기보다는 주위에서 들은 이런저런 방법을 써 보다가 상태가 심해져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질경련은 질 입구에서 3분의 1 부분의 골반근육에 불수의적 경련성 마비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아무 때나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전희 단계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고 흥분을 잘 느끼다가도 질 속에 뭔가를 삽입하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경련이 일어나게 된다. 경련이 생기면 골반근육이 수축해서 질 입구가 닫혀 버린다. 그러므로 발기된 페니스라 해도 삽입이 불가능하다. 억지로 삽입을 시도하면 여성은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느끼는 통증은 종아리에 쥐가 내렸을 때와 유사한 수준이다.
또 삽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삽입하려는 의도만 보여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질경련이 오면 여성은 심한 통증과 삽입에 대한 공포 때문에 양 허벅지를 꽉 쪼인다든지 몸을 뒤틀어 빼거나 심한 경우 남성을 밀쳐 버리기도 한다. 그러니 삽입을 할 수가 없다. 애가 타는 신랑이 “여자들은 처음엔 다 아파해. 그냥 양손 붙잡고 억지로 해봐”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억지로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질경련의 주된 원인은 심리적인 것이다. 질경련 환자의 대부분은 어렸을 때부터 은밀한 부위에 손을 대거나 어떤 것도 넣어서는 안 된다고 엄격하게 교육받아 온 여성들이다. 또 ‘성관계를 하면 아프다’는 얘기에 미리 겁을 먹은 여성도 질경련이 생길 수 있다. 이들은 ‘좁은 질 속에 저렇게 큰 페니스가 들어가면 찢어지고 엄청 아플 거야’라고 생각한다. 이런 잠재의식이 무의식중에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다.
질경련이 있는 여성은 삽입성교에 대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삽입을 못함으로써 생긴 남편과의 갈등과 임신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본인의 문제이니 참을 수밖에 없어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남편 또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왜 그런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더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로해 주며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삽입성교를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계속 성공하지 못하면 발기 장애나 조루, 성욕 저하라는 성기능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결국 이들의 결혼 생활은 파탄에 이르게 된다.
어떤 원인에 의한 질경련이든지 치료를 받으면 100% 완쾌된다. 그래서 진단과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질경련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삽입성교를 못한다는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한 자가 치료나 전문병원이 아닌 곳을 전전하면서 증세를 더 악화시킨다.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면 결국 치료에 대한 의지가 사라지고 자포자기하게 돼 치료가 더 힘들어진다.
질경련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성에 대한 잘못된 교육과 인식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다. 또 남성은 질경련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병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여성이 무거운 죄책감에서 해방될 수 있고 치료전문기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질경련 또한 발기 장애와 마찬가지로 치료받아야 할 병이라는 점과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