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보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의약품을 ‘해피드럭’이라고 한다. 발기부전치료제는 대표적인 해피드럭으로 전 세계 발기부전을 앓는 1억명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약이다. 협심증치료제 개발에서 드라마틱한 변신으로 제약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발기부전치료제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리며 남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다음은 발기부전치료제를 둘러싼 오해와 궁금증을 풀어봤다.
발기부전은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위해 발기가 충분히 되지 않거나 발기가 돼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발기부전으로 진단한다. 발기부전은 1998년 첫 발기부전치료제가 출시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치료제가 없을 때는 진공흡입기를 성기에 씌워 강제로 발기 시키거나 성기에 약물주사를 썼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자연스러운 발기가 아니라는 점과 통증을 유발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시기에 출시된 발기부전치료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는 출시 이후 전 세계 약 19억 정(2013년 기준)이 판매됐고, 3800만 명 이상의 발기부전 환자에게 처방됐다. 발기부전치료제는 한 알의 약으로 발기부전을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게 만들면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리게 됐다.
발기부전치료제라고 다 똑같은 것은 아냐
발기부전치료제는 1998년 ‘비아그라’가 출시된 뒤, 국내에는 총 6종류의 발기부전치료제가 있다. 2003년 ‘시알리스’와 ‘레비트라’에 이어 2005년 국내에서 개발된 ‘자이데나’, 그리고 2007년 필름형으로 녹여 먹는 ‘엠빅스’와 2011년 최단시간 내 약효가 발동되는 ‘제피드’가 있다. 모두 발기부전치료제지만 의약품 성분이 달라 다른 약으로 분류된다. 이들 발기부전치료제 중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는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로 시장을 선도해왔다. 시알리스는 출시와 함께 36시간 지속효과를 앞세워 비아그라를 바짝 추격했다. 비아그라의 약효 지속시간은 4시간이다. 하지만 비아그라는 30분 전 복용하면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장점이 있다. 국제발기력지수도 시알리스보다 높다. 안전성과 유효성은 대동소이하지만 두 제약사는 서로 간 약물 비교 연구를 통해 자사 약이 더 효과적이라고 내세웠다.
발기부전치료제 라이벌 다툼은 특허만료 이후 복제약 전쟁으로 끝이 난다. 비아그라는 2012년, 시알리스는 2015년 특허가 만료됐다.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되면 다른 제약사들이 동일한 성분의 약을 팔 수 있다. 비아그라가 특허만료되면서 복제약 허가를 받은 국내 제약사만 30곳이 넘었고, 시알리스는 특허만료 후 국내 60여 개사에서 복제약을 만들었다. 복제약은 비아그라와 비교해 약값이 3분의 1 수준으로 낮다. 대표적인 비아그라 복제약은 CJ제일제당 ‘헤라그라’, 대웅제약 ‘누리그라’, 삼진제약 ‘해피그라’, 한미약품 ‘팔팔’ 등이다.
제품명뿐 아니라 먹기 편하게 형태와 용량도 바꿨다. 한미약품은 씹어 먹을 수 있는 ‘팔팔츄정’을 내놨다. 일동제약 ‘스피덴’은 레모나나 용각산처럼 물 없이 먹을 수 있는 분말형태로 출시했다. SK케미칼 ‘엠빅스 S’는 필름형태로 혀 위에 올려놓으면 녹으면서 약효가 나타난다. 필름형은 지갑 보관이 가능해 휴대가 쉽고 물이 없어도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은 차별화를 앞세워 비아그라 복제약 싸움에 뛰어들었지만, 최종승자는 한미약품 팔팔이 차지했다. 팔팔은 친숙한 제품명과 함께 제품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시장을 빠르게 선점했다. 의약품 유통데이터에 따르면 이미 팔팔은 오리지널인 비아그라 처방액을 넘어섰다. 특히 발기부전치료제 일일 권장 용량이 25~50mg인 점에 착안해 팔팔은 50mg으로 용량을 낮춰 출시한 것도 시장성공의 원인이 됐다.
시알리스 특허만료로 인한 복제약 싸움은 비아그라 때보다 더 치열했다. 이미 모든 국내 제약사들이 한미약품 팔팔의 성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복제약은 오리지널을 넘을 수 없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팔팔은 비아그라를 제쳐버렸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시알리스 복제약 출시 전 가격을 극비에 부치며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쳤다. 저가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시알리스 복제약(5mg) 가격이 1000원까지 나올 정도였다. 비아그라 특허만료 때와 마찬가지로 이색적인 제품명도 볼거리였다. 팔팔의 성공에 이은 한미약품은 ‘구구’로 지었고, 대웅제약 ‘타오르’, 종근당 ‘센돔’, 일동제약 ‘토네이드’, 유한양행 ‘타다포스’ 등 제품명 경쟁도 뜨거웠다. 제형도 분말형태와 필름형 등 비아그라 당시보다 더 다양한 제형이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