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 부전증을 기질성 원인과 심인성 원인으로 대별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발기 부전의 원인을 이처럼 명쾌하게 두 가지로 양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부분의 발기 부전증은 심인성 요인과 기질성 요인이 함께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멀쩡하게 잘 나가던 남자가 어쩌다 한 번 섹스를 실패하는 일이 있다.
" 어? 이상하다… 이런 일이 전혀 없었는데…그저 일시적인 현상이겠지! 너무 과로해서 그럴꺼야"
일단 자위하면서도 의문과 걱정이 남는다. 하지만 그 다음에 시도한 섹스에서 또다시 죽을 쓰게되면 "기어코 탈이 생긴걸까?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리고 이제 사뭇 불안해지고 불길한 예감에 쫒기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페니스에 대한 신뢰감에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섹스를 시도할 때마다 미리 실패에 대한 불안으로 자신감을 상실한다. 소위 행위 불안증이다.
그러다 페니스의 무기력한 행동거지가 계속 반복되면 페니스에 대한 배신감으로 잦아들다 이윽고 체념하며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실제로 미미한 기질성 요인의 발기 부전증 환자가 행위 불안증이 겹치게 되면 발기 상태가 급격하게 추락하는 것이다.
어느날 기동력과 지구력을 잃어 무력하기 짝이 없는 페니스를 만나게 되면 남자는 우선 페니스를 의심하면서도 그 나태의 원인을 머리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발기 부전의 원인을 머리 탓만으로 돌리던 옛날과는 달리 페니스나 기타 신체부위의 결함을 규명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시절이다. 그만큼 기질성 발기 부전증과 심리적 요인이 가미된 기질성 발기 부전증이 순수한 심인성 요인을 훨씬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가 퀴즈(self quiz)를 통해 자신의 부실한 발기 상태가 기질성 원인인지 심인성인지를 남자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다.
페니스의 연령이 35세 미만이라면 그 발기 부전증은 다분히 심인성 인자를 담고 있다. 그 나이엔 발기 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페니스 혈관에 콜레스테롤 침착 가능성이 희박하고 설령 고지방식에 익숙해진 젊은이 일지라도 아직은 발기 동맥에 병변을 나타내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페니스는 50세가 지나야 노화현상이 시작된다. 하지만 35세 미만의 젊은 남자도 기질성 원인을 배제시켜야 할 필요는 있다. 섹스 파트너에 대한 친밀감이 없거나 섹스 파트너에게 심한 감정의 앙금이 존재할 경우, 또는 섹스 파트너로부터 전혀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의 발기 부전증은 심리적 요인을 포함한다.
그 섹스 파트너는 남자에게 이미 충분한 성적 자극원이 되기 어렵다. 동일한 여성과 섹스를 반복하면서 나타난 발기력이 처음이나 지금이나 큰 변동이 없는 남자의 페니스는 현재의 강직도를 자신의 고유 발기력과 견줄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페니스 파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원인을 기질적 성분에서 찾아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태까지 아무런 말썽이 없던 페니스가 처음으로 발기 부전의 이변을 낳았다면 기질성 요인을 의심할 수 있다.
심인성 발기 부전증은 자주 재발되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재의 직장 생활이나 가정 생활에 만족하는 남자는 심인성 요인을 제외시킬 수 있다. 발기 부전 증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내외과적 질병을 함께 동반하고 있다면 기질성 요인이 높아진다.
발기된 페니스의 형태가 구부러지거나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는 바나나 페니스(페로니씨 병)는 발기기둥내로 들어가는 혈류를 방해하여 기질성 발기 부전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심장 질환, 혈관 질환, 고혈압, 뇌졸중, 신장 질환, 만성 알콜 중독증은 기질성 발기 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고혈압 환자가 혈압 강하제를 복용하여 혈압을 떨어뜨리면 페니스내의 혈압도 함께 떨어져 발기 부전증이 초래된다. 골반 부위의 수술을 받거나 골반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사람은 페니스 발기조직을 손상시키거나 발기 동맥에 흉터를 만들어 발기 부전증을 유발한다.
성욕이 없거나 감소되어 있는 사람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치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테스토스테론 레벨이 낮으면 성욕이나 성적 관심이 다운된다. 음모와 수염의 성장이 더디어지고 면도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정액의 양이 줄어들고 페니스의 감각이 저하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을 동반하면 체내의 테스토스테론 레벨이 부족하다는 단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쇠퇴한 발기력에 대한 실망이 성적 욕구를 추락시키는 일도 있어 성욕 저하가 반드시 남성 호르몬 때문만은 아니다.
담배는 심장 혈관계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어 발기력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카인과 같은 마약류는 동맥, 특히 관상 동맥에 경련성 수축을 일으켜 발기 장애 인자가 된다. 습관적으로 과도한 음주 습벽은 간장 장애를 일으켜 남성 호르몬치가 떨어지고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젠을 증가시켜 유방이 여성화되거나 고환이 위축되고 발기 부전증을 초대하기도 한다. 발기 상태가 서서히 점진적으로 악화될 때는 기질성 원인에 가깝고 어느날 갑자기 기습적으로 나타나면 심인성 원인이기 쉽다.
이와 같은 페니스의 기습적 셧다운은 한달 쯤 기다리며 관찰해 본다. 숨어있는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예전의 발기력을 되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질성 발기 부전증은 개선되는 기미가 없이 점점 악화 일로를 걷는다. 정신적 원인의 발기 부전증은 발기력이 완전 소실되는 경우가 많고 기질적 원인일 경우에는 미약하나마 어느 정도 잔존 발기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아침 발기나 수면중 야간 발기의 질이 나빠지면 기질성 원인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발기 동맥의 폐색으로 발기력이 부실해진 사람도 훌륭한 아침 발기나 수면중 야간 발기력을 보유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침발기나 수면중 야간 음경발기의 질로 발기 부전증의 원인을 단정할 순 없다.
섹스 파트너에 따라 발기력이 변화하는 사람은 심인성 요인을 가지고 있다. 누운 자세보다 일어 선 자세의 발기 상태가 더 좋아질 경우엔 부분적으로 막혀있는 발기 동맥을 그릴 수 있다. 페니스에 걸린 중력이 음경내부로 혈류를 끌어 당겨 이미 만들어진 발기력을 더욱 증강시킨다. 미약한 발기 상태에서 힘없이 사정해 버리는 현상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기질성 요인을 시사한다. 과거에 비해 발기력을 획득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 페니스로 들어가는 혈류 순환의 감소를 의미한다.
자위행위는 발기를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자극원이다. 따라서 자위행위로 형성된 발기력이 성적 발기력과 같거나 불량하면 기질성 발기 부전의 싸인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위행위로 충분한 발기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해 서 기질성 요인을 제외할 순 없다. 건강한 40대 남자들이 비현실적 기대감 때문에 발기의 품질을 스스로 비하시키는 일도 흔히 있다. 1일 등판횟수가 2,3회씩이나 되던 전성기에 비해 페니스의 위용이 너무나 초라해졌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가령화(加齡化)와 함께 발기 각도가 둔각화된 것을 발기의 질이 하락한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오해의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