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여름 원숭이두창이 유럽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대형 공연이나 축제 등이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스 클루주 WHO 유럽사무소 소장은 지난달 31일 ‘유럽의 원숭이두창: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과 대응해야 하는 방법’이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클루주 소장은 성명에서 “최근 해외여행과 대규모 행사에 대한 제한이 해제되면서 원숭이두창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며 “이번 여름 유럽과 기타 지역에서 추가 전파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클루주 소장은 “현재까지는 원숭이두창이 남성 간 성관계 등 밀접접촉이나 이와 연결된 모임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다수였다”면서도 “다만 원숭이두창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루주 소장은 이번 여름 휴가철이 원숭이두창 전파의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몇 달에 걸쳐 계획된 수십 개의 축제와 대규모 행사는 전파가 확대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젊고 성적으로 활동적이며 전 세계적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클루주 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유행 때와 같은 강력한 조치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클루주 소장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같은 방식으로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광범위한 제한 조치가 필요하진 않다”며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명확한 의사소통, 지역사회 주도의 조치, 감염자 격리, 효과적인 접촉 추적과 모니터링을 통해 중요하고 긴급한 노출 감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클루주 소장은 또 “온라인을 통해 전달되는 원숭이두창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대응하고 진단과 백신·치료제에 대한 의학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어느 집단에 대해서도 낙인을 찍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숭이두창은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20여 개국에서 400건 안팎의 확진 또는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이날 노르웨이와 헝가리에서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가장 크게 확산된 영국은 누적 감염자가 190명에 이른다.
한국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이 국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달 31일 원숭이두창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 단계로 발령했다.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대책반을 가동해 나라별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또 지자체와 의료계, 민간전문가와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환자감시와 의심 사례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