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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자세
크사

"뒤로 하는 걸 좋아합니다.”


커플 모임에서 내 옆의 남자가 잠자리 커밍아웃을 했다. 맥주 몇 병에 와인 약간, 별로 취하지 않았지만 친한 사람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잠자리 이야기가 나오자 쉬이 고백한다.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역시, 라고 생각했다. 한 사람과 지속적으로 잠자리를 하다 보면 패턴이란 게 읽힌다. 그와 나눈 잠자리를 모조리 기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엔딩이 뒤에서 삽입이 아닌 경우는 열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는데 나의 소중한 클리토리스를 건다.

 

다행인 건 나도 남자가 뒤에서 삽입하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아니, 여자라면 이 자세를 싫어할 수가 없다. 여자의 중요한 성감대인 질벽과 클리토리스를 강력하게 자극하기에 최적화된 자세다. 남자가 무릎을 꿇고 뒤에서 들어오는 기본자세는 클리토리스를 직접적으로 건드리지는 않지만 놀고 있는 그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매만지기에 편하다. 여자가 완전히 배를 깔고 눕고, 그 위로 남자가 자신의 몸을 이불처럼, 여자의 온몸을 덮은 채 뒤에서 삽입하면 질은 물론 클리토리스가 자연스레 압박을 받는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페니스를 움직일 때 스피드와 각도 조절, 깊은 삽입, 자세가 주는 우월감 등 장점을 나열하면 끝이 없다. 특히 몰아치듯 섹스 스피드를 올릴 때도 뒤에서 삽입하는 포지션은 자세가 무너지지 않아 빛을 발한다. 그렇지만 누구도, 적어도 시작하는 연인 사이라면, 처음부터 이 자세로 섹스를 시작할 만큼의 배짱은 없다. 여자가 무릎을 꿇고 바닥을 짚는 모양새가 주는 ‘고통의 극한점’ 때문이다. 남자가 뒤에서 삽입하는 걸 기다리는 그 포지션 덕에 느끼는, 여자의 감정적인 장벽이다.

 

개로 떨어지는 기분? 한국 사람인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는 걸 이 자세의 영어 명칭인 doggy position(개 자세)을 보면 안다. 처음 뒤에서 삽입하는 자세를 맞이할 때였다. 그렇게 도전해 보고 싶은 섹스였는데, 단번에 거부감이 들었다. 가장 동물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금수같이 느껴지는 기분이 들어 싫었다. 옷 벗고 똑바로 누워 시선을 위로 향하나 몸을 돌려 정면으로 보나 뭐가 다른데? 하고 따지고 들면 할 말이 없지만 뒤에서 삽입하는 자세는 길거리에서 붙어먹는 동네 똥개들의 이미지가 자꾸 떠올라 힘들었다. 그 순간에 차라리 남자가 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세게 내려쳐주길 은밀히 바랐다. 그러면 '포르노!' 를 외치며 '적어도 나는 인간이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그래서 짜낸 아이디어가, 동물이 자꾸 떠오르니 이왕이면 멋진 걸로 상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에서 느긋하게 앉아 있는 암컷 사자와 갈기를 휘날리며 그 위에 올라탄 수컷 사자의 그림을 떠올리려 했지만, 실패. 뒤에서 덤비는 남자의 거시기가 사자처럼 거대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즐기려는데 자꾸 무의식이 ‘이런 수치스런 자세가 좋아? 이러면서까지 섹스를 해야 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방해를 하는 듯 했다. 침대에 엎드린 자세 하나로 내 마음은 순식간에 시장바닥처럼 어지러웠다. 나도 모르게 그 상황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는지 상반신을 앞으로 밀다가 침대 아래쪽으로 몸이 쑥 내려갔다. 엉겁결에 바닥을 손으로 짚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도 남친은 두 손으로 나의 골반을 단단히 붙잡고 피스톤 운동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짜릿함이 골반 아래로 느껴졌다. 나중에 어느 섹스 가이드북을 훑어보는데, 내가 침대에서 취한 저 자세는 질이 앞뒤로 늘어나며 페니스를 조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나와 있었다. 이거구나. 자세가 바뀌면 몸이 느끼는 자극도 다르다는데, 마주보고 있을 때의 압박감과 뒤로 느끼는 묵직함은 확연히 달랐다. ‘개 같은’ 기분을 느끼는 고통의 극한점을 통과하니 그 뒤로 이 자세를 통해 오르가슴에 이르는 길은 솜사탕이다. 머리에 가 있던 신경세포들이 엉덩이 아래에 다 몰려 있는 느낌. 남친이 내 몸을 침대 가장자리로 옮기더니 자신은 바닥에 서서 계속 뒤에서 삽입했다. 스피도와 각도 조절이 물이 올랐다. 그의 하반신이 내 엉덩이에 퍽퍽 와 닿을 때마다 3-D 액션영화를 보는 것처럼 온몸이 울렁였다. 쾌감을 느끼는 와중에도 얼굴이 너무 바보 같진 않을까 살짝 걱정한 나.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표정관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의 시선은 같은 방향이니까. 뒤에서 삽입하는 것도 괜찮네.

 

삽입을 통해 쾌감을 느끼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적절한 스피드와 꽉 찬 포만감. 스피드는 거의 전적으로 남자의 컨트롤 하에 있다. 삽입 시 포만감도 남자의 페니스에 기대는 부분이 크지만 여자의 할 일은 분명히 있다. 뒤로 삽입하는 포지션에서는, 여자는 엉덩이 근육을 조인다. 엉덩이 근육을 조이면 질에 압박감을 줘서 풍만한 즐거움을 누리는 데 도움을 준다. 무릎을 꿇고 실전에서 자세를 잡아보면 알겠지만 엉덩이 근육을 자연스레 조이는 데 남자가 뒤에서 들어오는 포지션만큼 편한 것도 없다. 마치 두 볼기짝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힘을 가하려면 여자의 상체는 최대한 바닥에 붙이고, 엉덩이는 하늘로 치켜든다. 어깨가 매트리스에 닿아야 한다. 맹수를 피하려다 땅 속 구멍에 얼굴을 쳐 박고 엉덩이는 공중에 뜬 타조(...다시 동물이냐?)같은 기분이 스물스물 올라오면, 제대로 자세를 잡은 거다. 또, 페니스의 굵기 만큼이나 깊숙한 삽입 역시 피스톤 운동을 통해 느끼는 포만감에 한 축을 담당한다. 질의 입구뿐만 아니라 뒷벽까지 깊숙이 삽입하는 데 이 뒤에서 진입하는 포지션은 최선으로 고려해야 할 자세다. 사람들이 계속 하는 건 자연스러운 동작이기도 하지만 즐거우니까 하는 거다. 좋으니까, 흥분하니까 뒤로 하는 것도 괜찮아졌다.

 

하지만 1%가 부족했다. 물어보지 않아도 이 뒤로 하는 자세를 통해 남자가 흥분하고 있다는 걸, 시들지 않은 그의 페니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내 쪽에서 뭔가 그를 더 자극하고 싶었다. 마음에서 ‘are you busy enough?’가 울리는 타이밍.

 

대학원 수업을 들을 때다. 사회언어학 시간에 3명씩 조를 짜서 팀 프로젝트를 했다. 우리 조는 나와 ESL 박사 과정의 중국인 학생 그리고 스페인어과 석사 과정의 미국인 학생 이렇게 한 팀이었다. 자연스레 스페인어과 미국 아이가 팀장이 되었는데, 그 친구는 바쁘지 않으면 탈이 날 것처럼 시간을 쪼개 쓰는 타입이었다. 논문 연구에, TA(teaching assistant, 강의 조교)일에, 교내 취미 여자축구팀의 캡틴이고, 인터내셔널 하우스라는 교내 학생 단체의 행정일도 맡아서 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나와 중국인 클래스메이트를 쪼는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쓰는 말이 “are you busy enough?"였다. 머리와 시간을 투자해 더 나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원한다는 말을 저런 식으로 했다. 당시에는 재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are you busy enough'는 놀랍게도 잠자리에서도 유효한 자세였다. 

 

남자가 뒤에서 움직이는 피스톤 운동을 가만히 즐긴다고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내가 그런 상황을 만족하지 않았다. 끌려 다니는 느낌을 혐오하는 나로선 침대에서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이끄는 동작이 필요했다. ’Are you busy enough‘의 만트라를 떠올리다 보니 손이 놀고 있더라. 한 팔을 뒤로 뻗어 그의 음낭과 엉덩이 사이를 손가락 두 개로 꾹꾹 누르며 애무했다. 자극이 지나친지 내 엉덩이를 붙든 그의 악력이 갑자기 강해진다. 쾌감을 참기 힘든지 “으음...”하고 살짝 신음을 뱉는 남자. 나는 그래도 쉬지 않고 계속 같은 곳을 눌렀다. 하반신 앞뒤가 자극을 받는 것에 황홀한 나머지 그가 진저리를 치듯 몸을 비튼다. 내 손을 조금 바쁘게 움직이니 커플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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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조아댓글2023-11-10 19:12:36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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