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외래환자 중에 “질 안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하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다. 말하는 뉘앙스만 들어보아도 십중팔구 지난 성관계 때 사용한 성기구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삽입성교 할 때 분명히 있었던 성기구가 끝나고 나서 아무리 찾아봐도 없으니 질 안쪽을 확인해 달라는 이야기다. 대부분 진찰을 해보면 질 속 깊은 곳에 콘돔이나 남성성기에 끼우는 실리콘 링이 있는 경우가 많다.
 
 성기구는 최근에 와서 개발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고대 이집트신화에 보면 오시리스의 아내 이시스가 나무로 만든 음경으로 성교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록 신화이기는 하지만 아마 최초의 인조음경(딜도·dildo)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4세기경 인도의 바츠야야나가 썼다는 카마수트라에도 이미 여러 종류가 기술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유물 가운데에서도 간혹 나오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쭉 있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와서 성기구는 여러 형태의 인조음경이나 자위기구, 바이브레이터, 남성성기 링 등으로 발전하였다. 게다가 감촉이나 크기, 기능에서 실물과 비슷한 실제인형(Real doll)까지 만들어졌다. 이것들은 ‘성인장난감’, ‘섹스토이’ 라 불리며 성인용품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성기구를 포함하여 성생활에 도움을 주는 콘돔, 향수, 야한 속옷, 비디오, 색깔조명 등 모든 용품을 성인용품이라 한다. 그러므로 성인용품은 아주 다양하다.
 
 근래에는 성인용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적한 도로변이나 트럭에서 팔리던 성인용품이 주택가 골목길이나 대로변에 하나 둘씩 생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성적쾌락만을 위해 성기구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애용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섹스를 할 때 보다 큰 쾌감을 주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자신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성병도 예방하기 때문이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실제인형’이란 성인용품은 아내보다 낫다고 한다.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할 수 있고, 조루증이나 지루증, 발기장애 등 성기능장애가 있어도 마음 편히 할 수 있어 실패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성기구의 부정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은 까닭이다. 성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친밀감 형성인데 성기구는 성적쾌락만을 추구한다. 쾌락에만 치중하다보면 두 사람사이의 관계를 망쳐놓을 수 있다. 또 더 나은 쾌감을 위해 점차 자극수위를 높이다보면 중독이 될 수도 있다. 중독의 끝은 비참하다. 그뿐만 아니라 남성의 경우 잦은 자위행위는 조루증을 유발할 수 있고 청결관리가 미흡하면 감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성인용품 사용은 긍정적이다. 성생활에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침실에 색깔전등을 달거나 매력적인 속옷을 입는다든지 은은한 향수를 사용하는 것은 성생활의 권태로움과 변화를 주기 위한 좋은 시도이다. 또한 예민한 귀두로 인해 성생활에 문제가 된다면 마취제가 함유된 콘돔을 사용하거나, 오르가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적절한 성인용품 사용은 성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