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나도는 불량윤활제를 쓰거나 생식기에 발라서는 안 되는 것을 윤활제로 쓰면 오히려 병이 생길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이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을 고를 때는 혹시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신경을 많이 쓰지만 피부 중에서 제일 예민한 생식기에 바르는 윤활제를 고를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주부 최씨는 성관계만 하고 나면 질염이 생겨 힘들어했다. 이것 때문에 몇 군데 병원을 다녀 봤지만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체질 탓이거니 했다. 그런데 질건조증에 대해 상담하던 중 질염의 원인이 베이비오일인 것을 알았다. 둘째 출산 후 애액이 줄어 든 최씨는 성관계 때 불편함을 덜기 위해 윤활제 대신 베이비오일을 사용했다. 윤활 효과도 있고 아기에게 사용하는 것이니 안전할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베이비오일이 윤활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오일성분의 제품을 사용했을 경우 남성은 성관계 후 씻어버리면 그뿐이지만 여성은 성교 후에도 며칠 동안 질 내벽에 오일 성분이 남아 효모와 박테리아의 성장을 촉진시켜 질염이 생긴다. 그러므로 베이비오일뿐만 아니라 바셀린, 보디로션 등을 윤활제 대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생식기점막은 아주 약하고 예민한 조직이어서 사용하던 휴지나 비누를 바꾸기만 해도 방광이나 질에 염증이 생기는 여성들도 있다. 그러므로 윤활제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윤활제는 수용성과 지용성, 맛이 첨가된 것과 첨가되지 않은 것, 향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색깔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액체 형과 젤 형 등이 있다.
 
 처음 사용할 때는 수용성이면서 무색, 무향인 것을 고르면 무난하다. 즉, 천연윤활제인 애액에 가까울수록 좋은 것이다. 그리고 콘돔을 사용할 때는 꼭 수용성윤활제를 써야 한다. 지용성윤활제는 콘돔을 녹게 해서 피임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색소나 향이 첨가된 제품은 접촉성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손등에 발랐을 때 끈적거림이 없으면서도 잘 흘러내리지 않고 매끄러운 느낌이 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윤활제 사용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성생활의 타입에 따라 기능성 제품을 사용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오럴섹스를 즐기는 커플은 잘 흘러내리지 않으면서 약간 단맛이 나는 제품을 고려해 볼 만하다. 권태기에 색다른 느낌을 갖고자 하는 부부는 조금만 문질러도 따뜻해지며 문지른 후 입김을 불면 더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제품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다. 그 외에 손으로 음핵이나 귀두를 애무하는 것은 즐기는 커플은 끈적이지 않으면서도 미끄러운 질감이 오래 지속되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윤활제 선택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상품명만 달랑 있고 어느 회사제품인지, 어떤 성분이 함유되었는지 정확하게 표시되지 않은 제품은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콘돔이나 성인용품을 사면 끼워주는 윤활제에 이런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겠다.
 
 성생활에서 작은 노력으로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윤활제 사용이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즐거움은커녕 고통만 따를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반 오일이나 불량제품이 아닌 올바른 윤활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