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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했는데 아직도 숫총각,숫처녀
크사

30대 초반, 결혼 2년차인데, 결혼 후 정상적인 성관계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부부가 내원했습니다. 상담 도중 남편은 대뜸 성관계는 그리 중요치 않으니 아기만 갖게 해달라고 합니다. 참, 하늘을 봐야 별을 딸 텐데, 성관계는 뒷전이고 아기부터 볼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질 경련(vaginismus) 환자 부부들은 흔히 이 같은 호소를 해옵니다.

이렇게 주객이 전도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남편의 경우, 결혼 이후 1년 동안 회사에 출근해서 직장동료나 선배들이 “새신랑, 깨가 쏟아지나봐. 아침밥상이 달라졌나봐”하고 농을 걸어오면 “예, 예” 웃으며 답했지만 속이 많이 상했지요. “저 지금 결혼해서 아직 첫날밤도 제대로 못 보냈거든요”하는 말을 차마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런데 1년이 지나면 “신혼생활을 너무 오래 즐긴다” “아기 늦게 낳으면 키우기 힘들다”는 말들을 하고 그 말들이 상당히 스트레스가 됩니다. 신혼 초에는 성생활이 큰 문제였지만 이제는 ‘어떻게든 아기만 생기면 이런 오해는 받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 되더라는 것입니다.  

자신 때문에 성생활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내의 경우는 더 힘듭니다. 시부모님은 만날 때마다 “너희들 아기 소식 없니”하고 물어옵니다. “서로 맞벌이하니까, 좀 더 있다가 가질 거예요”라고 대답은 하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릅니다. 이처럼 주위의 압력이 있는 날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오늘 밤에는 꼭 성공하리라’ 다짐한 후 시도하지만, 결과는 참담하기만 했답니다. 남편은 ‘내 섹스기술이 부족해서 그런가’하고 여러 방법으로 애무를 해봅니다. 그러나 막상 성기를 질에 삽입하려고만 하면 부인이 아프다고 밀쳐내고 허리를 틀고 파르르 떨고 하니 애처롭고 불쌍해서 그만둡니다. 이런 시도와 좌절을 몇 번 겪고 나면 제대로 된 성생활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고, 나름대로의 몇 가지 방법으로 서로 성적욕구를 풀어갑니다. 그러나 2세에 대한 스트레스는 피할 길이 없으니, 병원을 찾아 정상적인 성관계보다 임신만 하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질 경련은 이처럼 애무단계에서는 성적으로도 반응하고 오르가슴에 도달하기도 하지만 질 속에 뭔가가 삽입되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질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일단 질 경련이 일어나면 발기된 페니스를 삽입하기도 어렵고, 억지로라도 삽입하려 하면 여성이 심한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그 원인은 대부분 심리적인 요인이 강한데, 엄한 가정에서 교육받은 여성일수록 성행위를 더럽고 부도덕한 것으로 느끼며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증세가 나타나곤 합니다. 어릴 때 성폭행을 당했거나 최초의 성교를 매우 심한 고통을 참으며 경험했던 여성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어떤 원인에 의한 질 경련이든지 치료를 하면 완쾌될 확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질 경련이라는 병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알고 있다고 해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거나 성적 수치심 때문에 치료를 늦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병을 더 키우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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