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를 하고 나면 아랫배가 아프다는 40대 여성이 내원했다. 평소에도 아랫배와 허리에 통증이 있어 자주 성관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편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한 날이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들을 받았지만 뚜렷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통증이 있을 때마다 약을 먹거나 물리치료를 받아 보지만 그때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재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능적 장애를 일으키거나 의학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비주기성 통증이 하복부, 골반, 꼬리뼈, 또는 엉덩이에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있는 것을 ‘만성 골반통(chronic pelvic pain)’이라고 한다. 

남성보다 여성이 발병률이 높고 특히 18~50세 여성 중 약 15%에서 나타날 정도로 성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는 여성들에게 많이 생기는 병이다. 

이 증상은 부인과, 비뇨기과, 소화기계과, 근골격계과 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질환으로 인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원인 규명을 위해 직접 배나 골반 속을 보는 복강경 검사까지 해 보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성골반통증의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면 그에 따른 치료를 받으면 되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그때그때 다양한 치료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냉온찜질이나 마사지를 하는 대증요법부터 약물치료, 정신치료, 심리치료, 심지어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적인 치료까지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일시적인 호전만 있을 뿐 3~12개월 사이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이렇게 원인 모를 만성골반통으로 고생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자신의 성생활을 한번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만약 오르가슴 장애가 있다면 그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례의 여성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골반통증을 앓고 있었고 성관계에서 흥분은 되지만 오르가슴을 못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통증 치료보다 예쁜이수술과 몇 가지 치료를 해서 오르가슴 장애를 해결했더니 만성골반통증이 말끔히 없어졌다. 

만성골반통증을 오르가슴 치료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여성이 성적흥분단계에 이르면 많은 양의 혈액이 골반에 모이게 된다. 모인 혈액은 골반에 강한 압박감을 준다. 하지만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무의식적으로 골반 근육이 수축하면서 모였던 혈액이 정맥으로 급속히 빠져나가게 된다. 이때 여성은 강한 쾌감과 함께 나른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 흥분한 상태에서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성적 흥분으로 인해 골반에 모인 혈액이 정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골반에 고이게 된다. 그러면 골반은 고인 혈액으로 인해 압박을 받고 그것이 통증이 된다. 그래서 성관계 후에 통증이 더 심해지고 평상시에도 아랫배에 묵직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골반통증뿐만 아니다. 요통과 함께 만성적인 질 분비물이 나오고, 월경과다나 불규칙한 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골반통증을 앓는 여성이 오르가슴 장애가 있다면 성생활을 살펴보고 개선하는 것이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